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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년이온다 채식주의자 장편 소설책 주문
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아시아 여성으로 최초 수상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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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채식주의자 는 2007년에 출간된 한강의 연작소설로, 작가에게 맨부커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허무와 결핍을 주제로 한 탐미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며, 특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가부장적 폭력에 대한 강한 비판이 드러납니다. 주인공은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며, 결국 식물적인 삶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사회와 충돌하는 인간의 모습을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연작소설'이라는 구조에 맞게, 이 작품은 세 가지 이야기가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채식주의자>는 고기를 거부하기 시작한 여자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 이야기 <몽고반점>은 그 여자의 몽고반점에 강하게 끌리는 남자의 시각에서 전개됩니다. 마지막 이야기 <나무 불꽃>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다 파멸에 이르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한 여자의 시선에서 그려집니다.
세 이야기의 중심에는 영혜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영혜는 과거의 기억과 꿈을 통해 자신이 ‘목구멍에 생명들이 걸려 남아 있어 답답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고, 육식에 대한 혐오로 시작해 생명 자체에 대한 폭력을 거부합니다. 그녀는 점차 다른 생명을 죽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본능을 초월하려 발악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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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그날 이후로 고기가 역겨워졌어. 고기를 먹는 너도."
영혜는 겉보기에 무난한 사람이었습니다. 말수가 적었고,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성격도 아니었죠. 그래서 그녀의 남편은 영혜가 평범해서 좋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그녀를 흐릿하게 기억할 만큼 특별할 것 없는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어느 날, 영혜는 갑작스럽게 채식을 선언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기를 더 이상 먹을 수 없다고 합니다. 냉장고에 있는 모든 고기와 육류 관련 식재료는 싹 버리고, 계란과 우유도 치워버립니다. 고기 냄새가 역겹다는 이유로 육식을 멀리할 뿐 아니라, 고기 냄새가 난다며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영혜는 점점 야위어 갑니다. 그녀의 남편은 이런 아내의 변화에 당혹감을 느낍니다. 영혜는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고, 잠자리에도 응하지 않으며, 그 평범했던 모습은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과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는 굳이 명문 대학을 고집하기보다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택했고, 직장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작은 회사로 잡았습니다. 그런 그의 선택 중 하나가 바로 평범하고 무난한 아내였죠. 하지만 그토록 평범했던 아내가 갑작스럽게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남편은 점점 견디기 어려워집니다.
"사람을 죽이는 꿈을 꿨어."
영혜가 갑작스럽게 채식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그녀는 "꿈을 꿨어"라고 답합니다. 채식을 선언하기 전날 밤, 그녀는 헛간에 들어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곳은 사방이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어리들로 가득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이 그 고깃덩어리를 주워 먹고 있더랍니다. 이빨에 씹히는 날고기의 감촉이 너무 생생해서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그 느낌이 잊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끔찍한 꿈을 꾸고 나니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거기다, 영혜는 어릴 적 기억까지 떠올라 자신을 괴롭힙니다.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가 그녀를 물자, 아버지는 그 개를 잔인하게 죽였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내 다리를 물어뜯은 개가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묶이고 있어. (중략) 달리다 죽은 개가 더 부드럽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대. 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리고, 아버지는 달리기 시작해. 개는 질질 끌리며 달려. 축 늘어진 오토바이 뒤에 실린 아버지가 보여. 녀석의 덜렁거리는 네 다리, 눈꺼풀이 열린, 핏물이 고인 눈을 나는 보고 있어."
악몽은 계속되고, 영혜는 5분 이상 제대로 잠들지 못하게 됩니다. 불면증이 심해지면서 그녀의 얼굴은 검게 타들어 가 중병 환자처럼 보입니다. 남편은 처음부터 영혜를 깊이 사랑한 적이 없었기에, 그런 아내의 변화에도 큰 동요 없이 "조금 이상한 여자와 산다고 해도 나쁘지 않다"고 마음을 놓아버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고기를 아예 먹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그러던 중 영혜는 남편의 회사에서 열리는 부부 동반 모임에 초대됩니다. 사장 부부가 참석하는 중요한 자리였고, 남편은 영혜가 그곳에서 ‘잘’ 행동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행동하고, 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랐죠. 채식 선언을 하기 전의 영혜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불편한 시선을 받게 마련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작은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다수가 사랑하는 고기를 거부하는 영혜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습니다.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남편은 결심합니다. 이 상황을 그대로 두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로는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도, 세치 혀도, 심지어 시선마저도, 모든 것이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나는 괜찮아. 아직은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내 가슴이 여위어 가는 거지? 더 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일까.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걸까.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걸까."
영혜는 점점 더 말라가며, 그녀의 몸과 마음은 날카롭게 변화해 갑니다.
